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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2005 12월 8일



Every kiss you give sets my soul on fire I give myself in sweet surrender My one and only love My one and only love
My one And only Love  (Sting)

그대를 생각한다는 그 자체가 나의 가슴에 선율을 띄어줍니다
봄의 날개위에 사월의 잔잔한 바람처럼
그대의 그 눈부신 모습이 나타납니다
나의 둘 없는 유일한 사랑. . . 

The very thought of you makes my heart sing 
Like an April breeze on the wings of spring 
And you appear in all your splendor 
My one and only love 

 

The shadows fall and spread their mystic charms 
In the hush of night while you're in my arms 
I feel your lips so warm and tender 
My one and only love 

 

The touch of your hand is like heaven 
A heaven that I've never known 
The blush on your cheek whenever I speak 
Tells me that you are my own 

 

You fill my eager heart with such desire 
Every kiss you give sets my soul on fire 
I give myself in sweet surrender 
My one and only love 

 

The blush on your cheek whenever I speak 
Tells me that you are my own 
You fill my eager heart with such desire 
Every kiss you give sets my soul on fire 
I give myself in sweet surrender 
My one and only love 
My one and only love

 

 

혜숙씨,

 

수많은 젊은이가 한때 두근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너를 이렇게 불렀겠지? 나도 한번 이렇게 불러보고 싶어서. 젊지는 않지만 마음은 한결같거든. 윤 선생님께 미리 사죄를 구한다.

 

일 년이 벌써지나 이 날이 다가오면서 생일 축하를 새롭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이지만 노래도 번역도 마땅한 것을 찾지 못했고 새로운 사진도 없고, 상상력이 부족하고 밑천은 깊지 않아 한동안 고심 끝에 이 마음을 부족한 몇 마디로 보낸다. 재원이가 이제 출가할 나이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듯하니 반가운 일이지만 부모로서 걱정되는 점도 많이 있을 거야. 나야 30 넘어 늦게 아무 가진 것 없이 결혼했으니 사랑만으로 충분하다고 이상적인 의견을 제의할 수 있겠지만 현실을 좀 더 아는 어른의 입장에서 사랑뿐이 아니라 뭔가 안정된 "조건"이 따랐으면 하는 바람 아니겠어? 그 조건은 집안, 학벌, 직장을 떠나서 역시 솔직함과 성실함,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 이런 것... 어린 시절에, 이제 다시 발견한 네 모습에서 이런 조건이 보이기에 이 여인의 딸, 재원이는 당연히 그런 사람을 선택하리라 생각해. 아드님도 여자 친구가 있다니 윤선생님과 네가 넷이서 한 지붕 밑에 살 날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내 첫째 알리싸가 운전을 시작하면서 벌써 내놓은 내 지갑 이외에 나는 점점 필요 없는 존재가 되어가는 듯해. 지난 주말 가족이 함께 쇼핑을 나갔는데 여자애 둘은 자기들끼리 사라지고 내가 골라주는 스타일은 전혀 관심도 없고. 어제는 모린이 귀띔해주는데 알리싸가 데이트를 시작할지 모른다는 이야기... 난 사실 별 걱정 않해. 다행히 나를 닮아서 이성관계는 아주 소극적인 편이야. 좋아하면서 그 티를 제대로 못 내는 그런 거. 단점이 있다면, 항상 좋다는 사람에게 끌려다니고 정말 좋아하는 사람에겐 한마디도 못하고 기회를 놓지는 그런거. 겨우 나이 30되어서야 용기 있게 내가 끌고 다닌 여자와 결혼하였는데 그래선지 후회도 없고 운도 좋았다 생각해.

 

국사 편찬 위원회에서 두 사람이 아버지가 모아놓으신 자료를 보고자 129일에 이곳에 온다 하여 정리하느라 지난 2주 저녁마다 정신이 없었다. 이일을 계기로 이 근방에 사시는 아버지 친지들을 초청해 파티를 할 예정이고. 어머니 분위기를 살리는 한 방법이기도 하여서. 어머니는 우리와 같이 계시는 것이 미안하시다며 혼자 있게 놔두라 하시지만 아직도 우울증이 심하시고 항상 아버지와 바쁜 생활에서 이제 한가한 할머니로 주역을 바꾸시기가 쉽지 않으시네. 나야 일 때문에 하루종일 나가있지만 모린이 보통 고생이 아니야. 모린이 착하고 성실해서 어머니 시중을 불평 한마디 없이 드는데 어머니는 그게 더 미안해 양로원에 가야한다 하시고. 난 냉정한 사람이니까 어머니께 양로원에 가실 날이 오면 꼭 그렇게 하겠지만 지금은 안된다 말씀드렸지. 이것도 시간이 해결하겠지.

 

요즘 황우석 교수 신문기사를 읽으면서 30여 년의 서양생활이 가져온 문화차이를 새삼 느끼고 있다.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집에 담이 없다는 점이 희안했었다. 허술한 문에 열쇠 하나만 잠겨있지만 대부분 그렇게 살고, 집세, 전기료등 대부분 개인수표로 또 일반 우편으로 지급하고, 인감도장이 아니라 아무렇게 쓴 이름 한자로 서류를 해결하는. . . 이것이 바로 신용사회이구나! 생각했다. 이 신용사회의 근본적인 요소는 진실. 진실이 아닌 것이 드러날 때 이 사회는 신용을 쉽게 돌려주지 않는다. 대부분 정치범들도 위증에 걸려 처벌되지 그들이 한 잘못으로 처벌되는 경우가 드믈다. Nixon과 Clinton이 탄핵에 이른 것도 위증이었고 요즘 기소된 Libby도 위증으로. 물론 법정에서 위증이 더 쉽게 판명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잘못은 그럴 수 있었다 넘어가도 거짓은 그렇게 쉽게 용서하지 않는 사회이기에 황교수가 계속 부인하였던 것이 사실로 드러났을때 그 자신이 신용을 상실한 것이지 한국 사람이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영어의 단어 "lie"는 동양의 "명예"의 반대말이라 할 수 있고, "lie"란 단어가 치욕적이기에 아무리 화가 나도 함부로 쓰지 않는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수단방법을 가릴 필요가 없다는 사상은 동서양 차이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일본도 그 위대한 목적을 위하여, 히틀러도 그 위대한 목적을 위하여, 우리나라에도 이런 비슷한 생각을 한 지도자들이 꽤 있었지. 이곳에서 몸 부분을 사고팔지 못하게 하는 이유는 돈이 필요한 서민들이 이용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고 돈이 오가지 않아도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에게서도, 예를 들어 조교수, 기증을 거부하는 이유도 같은 윤리이다. 위대한 과학자가 위대한 인간이 아닐 수도 있으니 이 부분을 구별할 수있는 이성적인 판단이 감정 밑에 흐르리라 믿는다. 조사 언론 (Investigative journalism)이 조사한 결과로 결론은 내리지 않고 결론은 먼저 결정하고 그에 맞춰 조사를 하는 지름길을 선택한 것도 안타까운 신용 상실이지.

 

심각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이제 다시 나의 추파로. 날이 갈수록 시간에 여유가 없어지는 것이 미국 생활이야. 할 일이 항상 있어 미국이 잘 사는지도 모르지. 아마 하는 일 없이 혼자 쉬러 가기 때문인지 서울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시간에 촉박 감이 없어지고 어느 음식이나 소화가 잘되고 마음이 항상 평온하단다. 그런 고향도 옛 벗들이 없었다면 무미하겠지? 창덕궁을 혼자 걷는 귀향객의 외로움과 지난 오월 나의 산책의 경이로움은 비교할 수 없지. 나에게 남은 마지막 순간까지 기억하며 야릇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추억이 되었어. 30 여년 기다려 들은 미웠다는 한마디는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으면서도 서운한 여운이지만 사랑과 미움이 별다름 없다고 단정하니 괜찮아. 그 언젠가 던져버린 내 마음을 다시 주어 바꿀 수도 없으니.

 

30여 년의 공백을 초월하고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보이는 듯 보일듯한 모습들, 애매한 몇 마디를 읽고 다시 읽으며 더 알고 싶은 마음. . . 이런 마음 자체가 기대하지 않았던 행복이지. 어머님 아버님께 안부 전해주고, 윤선생님과 딸 아드님께 즐거운 성탄과 행복한 새해를 기원하며, 혜숙씨는 부디 건강하시고 and stay as you are.

 

Happy Birth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