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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늦었지만, 또 한참 기다려야하지만,

 

SOMEWHERE, MY LOVE

 

(그 아름다운 날들은 어디로?

썰매로 달리던 새벽은?

빛나는, 정다운 순간들은?

어디로? 어느 곳으로?)

 

어느 곳엔가 부를 노래가 있듯이,

하얀 눈 아래 봄기운이 숨어있듯이,

어느 곳 언덕에 금빛 푸른 만발이 찾아오듯이,

어느 곳에

그대 가슴에 가득 찬 갈망이 살아있습니다.

언젠가 우리는 다시 만납니다

언젠가 봄이 다시 솟아 나올 때

그대는 제게 오실 겁니다

옛날에서

따스한 바람처럼

산뜻한 눈송이의 입맞춤처럼

그날이 올 때까지, 나의 사랑

생각도 가끔 해주시고,

평안히 계십시오

다시 품에 안길 언제까지

 

Somewhere, my love,

There will be songs to sing.

Although the snow

Covers the hope of spring,

Somewhere a hill

Blossoms in green and gold

And there are dreams

All that your heart can hold.

Someday we'll meet again, my love.

Someday whenever the spring breaks through.

You'll come to me

Out of the long ago,

Warm as the wind,

Soft as the kiss of snow.

Till then, my sweet,

Think of me now and then.

God-speed, my love

'til you are mine again

 

Lyric by Paul Francis Webster


128일이 무사히 지났다고 안심 했었지?

기전이에게 있는 밑천 다 써버리고

나성 나들이에 정미에게 반하고

밀린일에 쫏기어 정신이 없으리라 생각되었겠지만

네 생일을 그냥 보낼수는 없지.

 

어떤 사람이 나를 기억해 주는것도 반갑고 기쁜 일이지만

이것은 지나버리는 자찬이고.

누군가를 소중히 마음속에 간직한다는것은

영원한 행복이라 생각해.

그 사람을 생각하는 자체가 즐거우니까.

 

왜, 어떻게, 내 마음속에 곱게 자라난 소녀가 있는지는 나도 몰라.

너무도 어렸을때라 기억이 아물아물하지만

순행이네 더 가까이 있었던 너의 일본식 집 뒷마당의 채송화,

어둠 침침한 거실에 콩나물 항아리와 함께

너의 어린모습이 뚜렷하지.

그 다음의 기억은 과외 공부하던 수줍은 소녀.

그 다음 3년은 서로 모르는듯,

그럴수록 더 알고싶던 시절이었지.

가끔 집으로가는 너의 뒷모습을 아현동에서 포착하고

천천히 딸아 걸었었는데,

명기네 집 봉원동 쪽으로 가는줄 알았으면

나도 그리 갈것을.

 

24년만에 고향을 찾아가는 한나절 비행기속에서

옛날의 회상은 이런것에서 부터.

내가 왜 "Cinema Paradiso"를 좋아하는지 알수 있겠지.

94년 코코스에서 실망이 컷었어.

경옥아, 암말말어.

너의 아리따운 딸의 피아노 공연속에서,

가끔 속상한다는 아들이야기에서, 부모님의 애들같은 다툼이야기,

동창 카페로 불편하시겠지만 이해해 주시는 든든하신 남편,

옛 친구들을 보살피는 마음. . . ,

 

이제 그 소녀는 행복한 여인이라 생각되기에

오늘 흐뭇한 마음으로 옛 사진을 다시 보낸다.

Happy Birthday!